
칼에 손을 베이거나 종이에 손가락을 긋는 순간,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상처를 들여다보는 것입니다. 피가 얼마나 나는지 확인하고, 휴지를 찾고, 당황한 채로 이것저것 시도합니다.
이 글은 간호사로 근무하며 가장 자주 봤던 가정 내 사고 중 하나인 ‘베였을 때의 출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정리한 실용 가이드입니다. 지혈은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순서와 기준의 문제입니다. 올바른 지혈 방법을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출혈을 줄이고, 병원에 가야 할 상황과 집에서 해결 가능한 상황을 차분하게 구분할 수 있습니다.
베였을 때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확인부터 하는 것’이다
베였을 때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상처를 벌려 봅니다. “얼마나 깊지?”, “이 정도면 괜찮나?”를 확인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 행동이 오히려 지혈을 방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피는 압박이 풀리는 순간 다시 흐르기 시작합니다. 상처를 계속 들여다보고 닦아내는 동안, 출혈은 계속 이어집니다.
그래서 지혈의 첫 단계는 상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피를 멈추게 하는 것**입니다.
간호사로 일하면서 가장 많이 했던 말 중 하나가 있습니다. “일단 누르고 계세요. 보지 말고요.” 이 말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지혈은 침착함과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베였을 때 지혈의 기본 원칙은 단순하다
지혈에는 복잡한 도구도, 전문 기술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아래 원칙만 지켜도 대부분의 가벼운 출혈은 집에서 충분히 관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깨끗한 거즈나 천으로 바로 압박합니다.
상처가 생기면 가능한 한 빨리 깨끗한 거즈나 천을 대고 꾸준히 누릅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계속’입니다. 중간에 확인한다고 손을 떼면, 다시 처음부터 출혈이 시작됩니다.
둘째, 최소 10분은 손을 떼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1~2분 누르다 말고 “아직도 피가 나네”라며 다시 확인합니다.
하지만 지혈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최소 10분은 시계를 보며 누르고 있어야 합니다.
생각보다 이 시간을 지키는 사람이 적습니다.
셋째, 가능하면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둡니다.
손이나 팔을 베였다면 살짝 들어 올리는 것만으로도 출혈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중력의 영향을 줄이는 간단한 방법입니다.
넷째, 피가 묻어도 거즈를 자주 갈지 않습니다.
거즈가 피로 젖었다고 바로 떼어내면, 막 형성되던 혈전이 다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위에 새 거즈를 덧대고 계속 압박하는 것이 더 안전합니다.
이런 행동은 지혈을 오히려 방해합니다
현장에서 반복해서 보았던 지혈 실패 사례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상처를 계속 씻으며 문지르는 경우, 소독약을 반복해서 붓는 경우, 지혈보다 소독에만 집중하는 경우입니다.
물론 상처 관리에서 청결은 중요하지만, **출혈이 멈추기 전에는 지혈이 우선**입니다.
또 하나 흔한 실수는, “좀 괜찮아진 것 같아서” 압박을 일찍 멈추는 것입니다. 잠깐 멈춘 것처럼 보여도, 움직이거나 손을 쓰는 순간 다시 피가 날 수 있습니다.
지혈이 잘 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기준
압박을 유지한 뒤, 조심스럽게 확인했을 때 피가 더 이상 흐르지 않고, 거즈에 번지지 않는 상태라면 지혈은 어느 정도 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압박을 풀자마자 다시 피가 흐르거나, 몇 번을 반복해도 계속 출혈이 이어진다면 이는 단순한 베임을 넘어선 상황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집에서 계속 시도하기보다 병원 진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이럴 때는 바로 도움을 요청하세요
아래 상황에 해당된다면, 지혈을 시도하면서 동시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피가 10~15분 이상 계속 흐르는 경우, 상처가 깊어 보이거나 벌어져 있는 경우, 손가락 감각이 둔해지거나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입니다. 특히 아이나 노인의 경우에는 출혈량이 적어 보여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119 구급센터에 연락해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를 받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혼자서 끝까지 해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지혈의 핵심은 ‘빠른 행동’이 아니라 ‘지속’이다
베였을 때의 지혈은 순간적인 판단 싸움이 아닙니다. 오히려 차분히, 꾸준히 압박을 유지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습니다.
간호사로 일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는, 지혈을 잘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기술 차이가 아니라 **기다릴 수 있었느냐**였습니다. 10분을 온전히 누를 수 있었는지, 중간에 불안해서 손을 떼지 않았는지가 결과를 갈랐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작은 상처와 병원에 가야 하는 상처를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지**를 이어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지혈 이후에 가장 많이 헷갈리는 지점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