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처를 눌렀는데도 피가 계속 날 때, 사람은 빠르게 불안해집니다. “이렇게 많이 나도 괜찮은 걸까?”, “지혈을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실제로 간호사로 근무하며 가장 자주 마주했던 보호자들의 표정도 이 순간에 가장 급격히 바뀌곤 했습니다. 이 글은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 집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단계별 대처 순서를 정리한 실용 가이드입니다. 지혈은 복잡한 기술이나 힘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를 알고 지키느냐의 문제"입니다. 이 기준을 알고 있으면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고, 병원에 가야 할 타이밍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피가 계속 날 때, 왜 판단이 더 어려워질까
처음 상처가 났을 때는 비교적 침착합니다. “조금 베였네”, “눌러보면 멈추겠지”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분이 지나도 피가 계속 흐르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손에 묻는 피의 양이 늘어날수록 마음도 함께 급해집니다.
이때 많은 사람들이 실수하는 지점은, "불안해질수록 더 많은 행동을 하려 한다는 점"입니다. 거즈를 자주 갈고, 소독약을 반복해서 붓고, 상처를 계속 벌려 확인합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보면, 이런 행동이 지혈을 돕기보다는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습니다.
출혈이 멈추지 않을 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 "이미 하고 있는 방법을 제대로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지혈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순서가 있습니다.
1단계: 즉시 압박한다 — 지혈의 시작이자 핵심
출혈이 계속된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단순합니다. 깨끗한 거즈나 천을 상처에 대고 즉시, 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누르는 것입니다.
이때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누르는 것보다, 손바닥 전체를 사용해 상처를 덮듯이 압박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힘을 주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 있지만, 출혈이 있는 상황에서는 이 정도 압박이 필요합니다.
많은 분들이 “세게 누르면 더 아프지 않을까”를 걱정하지만, 실제로는 압박이 부족할 때 출혈이 오래 지속됩니다. 지혈의 목적은 통증 조절이 아니라 출혈 차단입니다.
2단계: 최소 10~15분, 절대 손을 떼지 않는다
지혈에서 가장 지키기 어려운 단계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입니다. 1~2분 누르다가 “아직도 피가 나네”라며 확인하는 순간, 지혈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됩니다.
혈액이 멈추는 과정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혈전이 형성되고 안정되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시계를 보며 최소 10분, 가능하면 15분까지 손을 떼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장에서 보호자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도 이 부분입니다. “지금 몇 분째 누르고 계셨어요?” 대부분의 답은 “몇 분 안 됐어요”였습니다.
3단계: 거즈가 젖어도 떼지 말고 덧댄다
압박 중 거즈가 피로 흠뻑 젖으면, 지혈이 실패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즈를 떼어내고 새 것으로 바꾸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대고 있던 거즈는 그대로 두어야 합니다. 거즈를 떼는 순간, 막 형성되던 혈전이 함께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방법은 기존 거즈 위에 새 거즈를 덧대고 다시 압박하는 것입니다.
피가 보인다고 해서 지혈이 안 되고 있다고 바로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압박을 유지하고 있는지 여부입니다.
4단계: 상처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한다
가능하다면 출혈 부위를 심장보다 높게 유지합니다. 손이나 팔을 다쳤다면 팔을 가슴 위로 올리고, 다리를 다쳤다면 누운 상태에서 다리를 살짝 올려줍니다.
이 방법은 출혈을 완전히 멈추게 하는 해결책은 아니지만, 압박과 함께 사용하면 출혈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만 이 단계는 압박을 대신할 수는 없고, 보조 수단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5단계: 15분 후에도 멈추지 않으면 판단을 바꾼다
압박을 충분히 유지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가 계속 흐르거나, 압박을 푸는 순간 다시 출혈이 시작된다면 그때는 다른 선택이 필요합니다.
“조금만 더 눌러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집에서의 지혈 한계를 넘었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합니다.
지혈을 유지한 상태로 병원 방문을 준비하거나, 상황이 애매하다면 119 응급상담에 연락해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안내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지혈과 동시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아래 상황에 해당된다면, 혼자서 끝까지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출혈량이 많아 주변이 빠르게 피로 젖는 경우, 상처가 깊어 벌어져 있는 경우, 손가락 끝·얼굴처럼 중요한 부위의 출혈인 경우입니다. 또한 어지럼증, 창백함, 식은땀처럼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면 지체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와 노인의 경우에는 출혈량이 적어 보여도 상태 변화가 빠를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합니다.
지혈이 안 될 때 가장 중요한 건 ‘버티는 것’이 아니라 ‘전환’이다
피가 멈추지 않을 때 가장 흔한 실수는, 같은 방법을 반복하면서도 판단을 바꾸지 않는 것입니다. 지혈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그 선을 넘었을 때는 도움을 요청하는 쪽이 훨씬 안전합니다.
간호사로 일하며 분명히 느꼈던 사실은 하나입니다. 지혈을 오래 시도한 사람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판단을 전환한 사람이 결과가 더 좋았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아이가 다쳤을 때 어른과 다른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같은 상처라도 왜 아이에게는 기준이 달라지는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